Q. 현상학에도 생활세계란 말이 등장하고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도 생활세계를 이야기합니다. 같은 맥락인지 그렇지 않으면 상이한 것인지요.
A. 후설(E. Husserl)과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생활세계(lebenswelt)는 개념이 다릅니다. 현상학적 연구의 토대라 할 수 있는 Husserl 현상학에서 생활세계는 자연과학에 의해 정의되고 이념화된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의 근원이 되는 세계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선입견, 과학적 분석 이전의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입니다. 예를 들어, 바닷물이 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염기와 산소, 수소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구체적 지각, 즉 혀로 맛을 보고 아는 것입니다.
독일의 비판이론가 하버마스는 사회를 「체계」와 「생활세계」로 나누어 접근합니다. 그는 체계는 사회구성원의 의사로부터 독립된 공간으로 보는 동시에 인간의 자유를 억제하고 인간의 언어가 아닌 체계의 언어에 의해 움직이는 공간으로 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계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법과 제도 같은 것들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에 비해 생활세계는 우리 인간의 의지와 자유에 따라 움직이는 영역입니다. 하버마스에 의하면 우리 인간에게는 생활세계만이 존재했으나 잉여생산물을 관리하면서 경제적 부를 통제하기 위해 생활세계에서 체계가 분리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버마스는 인간의 생활세계의 복원을 꿈꾸며 역사를 ①생활세계로부터 체계의 분리 → ②체계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화 → ③생활세계의 부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생활세계를 부활시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HA연구소장이근무].
<참고문헌>
① 이기상, 1992, 생활세계의 현상학과 해석학: 하이데거의 현사실성의 해석학, 서울: 서광사.
② Habermas, J., 2006, 의사소통행위이론Ⅰ: 행위합리성과 사회합리화, 장춘익 역, 서울: 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