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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의 Diaspora로서의 꿈 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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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근무 작성일18-10-23 21:05 조회3,1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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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연구와 사람5:

북한이탈주민의 Diaspora로서의 꿈 묻기

글쓴이: 이근무(질적연구HA연구소장)

 

  2018918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방문, 그리고 전격적으로 발표된 9월 평양선언은 필자 뿐만 아니라 남·북한 모든 사람들에게 벅찬 희망과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러한 희망이 초가을날 잠시 꾸었던 남국의 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식적 수준이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은 우리가 경험한 모든 변수들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새로운 기획으로 이어집니다.

 

  필자는 남북평화선언이후 다양한 계층의 북한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여러 명의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금번 남북 평화선언을 전형적인 북한의 대남기만 술책으로 간주하면서 참수작전 등을 통한 북한정권의 완전한 몰락만이 평화와 통일의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많았습니다. 80대 북한이탈노인은 하도 억울하고 기가막혀 먹은 것을 입으로 토해내고 설사로 쏟아낸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이나 연령, 남한에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막론하고 북한이탈주민들은 귀환의 꿈을 가시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디아스포라(Diaspora)로서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아스포라(Diaspora)란 민족의 이산 등으로 번역되지만 원뜻은 흩어진 유대인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기원 전 722년 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게 멸망하고 그 후 유다왕국은 신바빌로니아 제국에 의해 멸망합니다. 많은 유대인들이 포로가 되어 바빌론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고된 노역과 압제 속에서도 고향을 복원하겠다는 꿈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베르디(Verdi)의 오페라 나부코(Nabuco)에 삽입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Hebrew Slaves Chorus)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고통 속에서의 귀환의 꿈을 애절하면서도 장엄한 곡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날아라 생각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비탈과 언덕에서 날개를 접어라

그 곳은 부드럽고 온화한 공기

조국의 공기가 향긋한 곳(이하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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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ucco - Hebrew Slaves Chorus

 

  샤프란(Safran, W)과 코헨(Cohen, R)은 디아스포라의 개념을 확장시켰습니다. 근래에는 난민은 물론,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도 디아스포라의 범주에 포함되고 대다수 연구자들은 북한이탈주민들도 디아스포라로 보고있기도 합니다.

 

  샤프란과 코헨은 디아스포라를 고향을 떠난 소수자들의 공동체로 규정하면서 디아스포라의 특징을 고향에 대한 집합적인 기억과 신화의 유지와 전승, 거주지에서의 소외, 고향의 발전과 복지에 기여 그리고 강렬한 고향으로의 귀환의 기획과 노력으로 요약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연구에서 그동안 우리가 간과해온 것들 중 하나가 그들이 지니고 있는 귀환의 꿈이었습니다.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사회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고 통일이 되거나 교류가 자유로운 상황이 되면 자신의 고향으로 귀환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금의환향(錦衣還鄕)이 아니라 남한에서 성취한 자기의 것을 나누고 고향민들의 복지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아는 40대 중반의 북한이탈여성은 남한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녀는 북한에 아들이 있는데 브로커를 고용하여 탈출시키는 대신 매월 100만원 이상을 송금합니다. 그녀의 송금은 통일 후의 준비입니다.

 

북한에 있는 아들 남한에 데려와도 의미 없다. 명문대학 문턱도 못 밟을 것이고 취업도 잘 안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내주는 돈은 반은 브로커에게 뜯기고 해도 북한에서는 큰 돈이다. 우리 아들은 북한에 기반이 있고 통일이 되면 모아둔 돈으로 큰 사업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북한이탈주민 연구는 대부분이 남한사회에서의 적응의 어려움이나 탈북과정 또는 중국체류시의 공포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디아스포라 연구자들이 밝혀낸 것처럼 북한가족을 위한 송금과 탈북지원 등 고향을 돕고 있고 특히 귀환의 꿈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만난 북한출신 개신교 전도사는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던 평양에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꿈을 준비하고 있었고 사회복지사는 북한의 장애인들을 돕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한 청년은 자원학, 광물학을 공부하면서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개발하여 북한주민들의 경제적 삶을 향상시키겠다는 대승적이고 원대한 꿈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질적연구자는 꿈꾸는 자(Dreamer)에게 질문을 던지는 꿈의 물음자이기도 합니다. 그간 우리의 연구동향이 남한에서의 적응문제에 경도되었다면 이제는 그들의 귀환의 꿈에도 물음을 묻고 꿈의 실현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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