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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의 모두스 비벤디 상태에서의 불안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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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근무 작성일19-01-31 16:56 조회3,3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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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들의 모두스 비벤디 상태에서의 불안과 공포

글쓴이: 이근무(질적연구HA연구소장)


어느 결혼이주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필리핀 출신의 이 여성은 국제결혼 에이젠시를 통해 중소도시의 자영업자인 한국남성과 결혼을 했습니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없었습니다. 과거 결혼이주여성들은 혼인과 동시에 국적을 취득했지만 현재는 2년이 경과해야되고 남편의 확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남편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국적취득에 필요한 협조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그녀가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지루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과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2년의 경과기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2년의 유예기간은 사기결혼, 결혼 후 가출 등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를 보면서 저는 바우만(Bauman, Z)과 그가 제시한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를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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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만(Bauman, Z)

 

유럽의 지성으로 불리는 폴랜드 출신 유대인인 바우만은 현대를 포스트모던, 탈근대로 보지 않고 액체근대, 유동하는 시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질서가 지배하는 세계화 시대에서 개인을 보호하는 사회공동체와 국가의 기능은 상실되고 불안과 공포가 지배하는 새로운 지옥이 열립니다.

 

세계화 시대는 원하던 원하지않던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난민 등이 자국의 영토로 진입합니다. 원주민 또는 기득권을 지닌 이들과 이주민들은 협약을 맺는데 바우만은 이를 모두스 비벤디라고 했습니다. 라틴어 모두스 비벤디는 생활양식으로 번역할 수도 있지만 바우만은 이를 서로 관점과 견해가 다른 이들 사이에서 맺어진 잠정적 협약으로 번역합니다. 잠정적이기에 이 협약은 언제든지 깨질 수도 있고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6·25전쟁 휴전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용자 사이의 노동계약 그리고 이주민들의 지위가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잠정협약 상태에서의 공존은 동상이몽 때로는 오월동주와 같은 위태로움과 격리와 차별, 배제, 낙인과 같은 사회적 기호만을 생산해냅니다.

 

바우만의 통찰이나 우리의 경험지식에 의하면 불확실성은 불안과 공포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바우만이 제2의 근대로 지칭한 현대는 유토피아가 아닌 끔찍한 지옥을 의미합니다.

 

저는 유예기간이자 잠정협약 상태인 2년의 기간동안 결혼이주여성들이 어떠한 경험을 했는지 궁금해 잠깐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성급하게 요약하면 얌전하고 고분고분한 며느리, 아내가 되는 순치기간이었습니다.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 여지없이 돌아오는 답변이 2년 후에 한국국적을 취득하려면 얌전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힘센 황소를 마음대로 다루기 위해 고안된 소의 코뚜레와도 같습니다. 2년이라는 기간은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 매우 짧은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복종시키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에게는 이 기간이 순치의 기간이였다면 다른 이주여성들은 이 기간동안 무엇을 경험했고 어떠한 지위에 있었으며 자기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등 다양한 연구질문을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우만은 비관적인 묵시록을 제시했을 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 답은 질적연구자들이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2년의 기간, 이주노동자들의 기간, 북한이탈주민들의 국정원 합동심문센터와 하나원 생활 등 잠정협약 상태에서의 유예기간에 대한 연구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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