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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되 고통스럽지 않고 이별하되 잊지 않는 죽은 자를 위한 기억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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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근무 작성일19-05-22 18:20 조회3,3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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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연구와 사람11

슬퍼하되 고통스럽지 않고 이별하되 잊지 않는 죽은 자를 위한 기억의 연구

글쓴이: 이근무(HA연구소장)

 

시인 엘리어트(Eliot, T.S)는 그의 시 황무지(Waste Land)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데 5월 역시 잔인한 달인 것 같습니다. 정치적 관점이나 역사적 평가를 떠나 우리는 4월과 5월에 많은 생명이 아스라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4·19, 4·16세월호참사, 제주4·3사건, 광주5·18항쟁 등이 그렇습니다.

 

저는 지난 4월과 5월에 세월호참사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사회가 우리 자식을 잊어도 좋다. 하지만 내가 두려운 것은 내가 내 자식을 잊는 것이다.” 

 

한 가족의 꽃으로 태어나 꽃망울을 채 맺기도 전에 떠난 자녀의 흔적을 처절하게 움켜쥐고 있는 어머니의 비통함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피해자 부모들이 절규하는 몸짓으로 주장하고 있는 진상규명 역시 자녀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고통의 실천으로 느껴졌습니다.

 

지난 4월에 개봉한 영화 “생일”은 세월호참사로 자녀를 잃은 순남(전도연)의 숯검덩이가 된 가슴과 아들의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집착이 그려집니다. 순남의 시간은 아들이 죽는 순간 멈추었고 그녀의 시간은 모두 과거로만 치닫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친구들과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마련한 생일모임에서 순남과 그의 가족들은 죽은 수호와의 영결(永訣)을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영결은 이별하되 잊지는 않는 별이불망(別而不忘) 애도의 방식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방식은 바로 기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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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생일>

 


울리히 벡(Beck, U)은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했는데 그의 비관적묵시록대로 교통사고, 재난, 질병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기족과 친구를 잃고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제 위험사회가 아니라 애도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근조(謹弔)공화국이라고 하더군요. 애도사회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übler Ross)는 애도의 단계를 거부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으로 설명했는데 여기에는 “기억”이라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다고 봅니다.

 

 

기억은 떠나보내도 잊지는 않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슬퍼해도 고통은 없는 것이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하는 정신의 의례(Ritual)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Barthes, R)는 그의 어머니를 잃고 2년 동안 애도일기(Mourning Diary)를 기록했습니다. 지식세계의 거장인 그도 일기 속에서는 한없이 어머니를 향해 칭얼대는 어린 아이일 뿐입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의 여성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도 자신의 남편과 사별한 후 애도의 일기를 적었습니다.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과부일기(Widow Diary)로 발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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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와 조이스 캐롤 오츠에게는 글쓰기가 기억의 방식이였고 구원이었지만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추모공원의 방문, 사찰에 위패안치, 가톨릭 신자의 경우 죽은 자를 위한 기도, 죽은 아들의 학교에 장학금 기탁, 추모문집 발행 등 다양할 것입니다. 몇 해 전 서울 S대학교에서는 석사학위 논문을 쓰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장애인 대학원생을 기억하기 위해 그의 유고논문 발표행사도 있었습니다.

 

현재,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고나 질병 등으로 가족이나 친구를 떠나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지들이 경험하는 절망과 고통에 대한 접근도 중요합니다만 그들이 죽은 자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은 인간이기에 가능하고 인간의 고귀한 정신작용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주제의 경우 현상학적 연구는 물론 사례연구도 가능하고 특히 자신이 기억의 주체가 되는 경우 자문화기술지(Auto Ethnography)도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기억의 방식과 의미 등을 이해한다면 산 자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실존의 주문을 알게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알리바바와 40 인의 도적에 나오는 장면처럼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쳤을 때 보물창고의 문이 열렸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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