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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증명으로서의 노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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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근무 작성일19-11-22 13:40 조회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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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연구의 주제와 방법 38

제목: 자기증명으로서의 노인교육

글쓴이: 질적연구HA연구소장 이근무

 

제 지인의 모친은 올해 여든을 넘기셨습니다. 동창모임에서 친구가 걱정스러운 말을 했습니다. 친구의 말을 정리하면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겨우 한글만 깨우친 어머니가 영어를 배우러 다닌다는 것입니다. 친구는 글로벌화가 사람을 잡는다고 하며 어머니를 걱정합니다. 너도 나도 영어교육에 몸살을 앓고있다고 하며 탐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옛 사람들은 여든이면 염라대왕 전에 명부를 올려놓은 것으로 말합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여든에 영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친구의 모친은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영어기초교실에 나간 지 일년이 넘었지만 아직 알파벳도 떼지 못했다고 합니다. 알파벳 MW를 구분하지 못해 M을 더블유, W를 엠으로 읽으신다고 합니다. 친구는 어머니의 늦공부 때문에 건강을 해치고 치매가 올 수도 있다고 걱정을 합니다.

 

근래에 노인교육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권학적인 격언을 상기하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노인들의 문해(文解)교육이 과연 위의 격언처럼 실용적인 의미만을 지니고 있을까요?

 

노인, 아니 사람이 공부를 하는 이유를 생각할 때는 제일 먼저 브라질의 교육해방론자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의 페다고지(Pedagogy)가 떠오릅니다. 피억압자의 교육(Pedagogy of the oppressed)에서 프레이리는 교육은 부조리하고 모순된 세상에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브라질 농민의 문맹퇴치와 문해교육을 통한 해방을 추구한 그의 철학은 1980년대에는 금기였습니다. 가톨릭단체에서 몰래 번역한 페다고지를 숨죽이며 읽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는 금서였기에 소지만 해도 경찰서로 끌려가 치도곤을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수적으로 변한 것인지는 몰라도 해방, 혁명, 개혁 같은 언어들이 이제는 낯설기만 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생활세계를 술어적 명증성만으로 이념화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노인들에게 문해교육을 포함한 교육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친구의 어머니는 모순이나 혁명같은 것은 뜻도 모릅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퍼스트 그래이더(The First Grader)가 교육의 의미를 다시금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작은 채널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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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First Grader)

 

 

 

영화의 제작사는 미국과 영국의 영화사이지만 주인공은 84세 노인 마루게의 이야기입니다. 케냐가 영국의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을 했던 마루게 노인은 84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실존인물로 최고령 초등학교 입학자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었습니다. 마루게 노인은 모든 국민들에게 초등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는 케냐 정부의 발표가 있자 초등학교를 찾아가 입학을 간청합니다. 몇 번의 거절을 당했으나 천신만고 끝에 입학을 허락받았습니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판자를 잇대어 만든 낡은 교실에서 증손자뻘 아이들과 읽기, 쓰기, 산수를 배웁니다. 마루게 노인은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동시에 지역에서는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지역사람들은 마루게 노인으로 인해 아이들의 교육기회가 박탈당했다며 맹비난을 했고 학교에서 축출하기 위한 집단적 모의를 하기도 합니다. 집단적 테러 앞에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마루게 노인을 옹호했던 교사는 강제 전출을 당하고 노인 역시 쫒겨납니다. 영화의 결론은 우여곡절 끝에 여교사가 학교로 돌아오고 마루게는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노인이 그토록 공부를 하고 싶어했던 이유는 자기에게 온 편지를 읽기 위함입니다. 그 편지는 케냐의 대통령으로부터 온 서한입니다. 그 편지에는 케냐의 독립에 헌신한 노고에 감사하고 기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마루게 노인은 자신의 삶이 고문의 흔적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가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글자를 배워 스스로 확인하고 증명하고자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화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 할머니는 1학년에도 초등학교에 입학한 범골댁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범골댁 노인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들의 편지를 읽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자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달라고 부탁을 할 수도 있지만 아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해독하고자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한글을 깨우치고 편지를 읽게 됩니다. 두 영화 모두 편지가 메타포로 등장합니다. 편지는 안부와 소식을 전하는 기능 이외에도 은밀한 비밀을 담고 있습니다. 마루게 노인과 범골댁은 암호와도 같은 자신의 삶을 해독하고 증명하기 위해 글읽기와 쓰기를 배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노년에 공부를 시작한 노인들이 무수합니다. 심지어 대학, 대학원에 진학한 노인들도 있습니다. 공부의 이유가 상투적인 못배운 한을 풀기위함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와 의미가 있는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주민자치센터, 평생교육원, 노인복지관 등의 관계자들을 통해 연구참여자 선정은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연구방법은 현상학적 연구도 가능하지만 노인교육은 노인 삶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에 의해 인도되어야함으로 클랜디닌(Clandinin)과 코넬리(Connelly)가 제시한 내러티브 탐구도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클랜디닌과 코넬리는 교육학자로 교육연구에 내러티브 탐구를 활용했습니다. 내러티브 역시 현상학적 연구와 마찬가지로 경험에 대한 기술과 함께 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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