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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의 언덕과 골고다의 언덕 - 노인 세대의 소득 불평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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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근무 조회8,9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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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연구의 주제와 방법 40

제목몽마르트의 언덕과 골고다의 언덕 - 노인 세대의 소득 불평등 -

글쓴이질적연구HA연구소장 이근무

 

 

지난 1월 중순 다큐멘터리 영화 몽마르트의 파파(감독: 민병우)를 관람했습니다.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34년간 중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한 은퇴교사가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프랑스 몽마르트 언덕으로 간다는 내용입니다. 주연 배우는 전직 미술 교사이자 현직 파리의 화가이고 감독은 그의 아들입니다. 별다른 영화적 장치나 기교도 없이 관찰자 입장에서 주인공의 그림처럼 담백한 터치와 간결한 구도로 그려나갑니다. 100세 시대! 인상 2막을 넘어 3막이 과제로 떠오른 우리 시대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은퇴를 해도 삶은 이어진다는 것과 꿈은 꿈꾸는 자에게 허락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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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몽마르트 파파)

 

 

영화가 끝난 후 어린 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살았던 친구의 형을 찾아갔습니다. 산딸기와 칡뿌리를 캐어 우리들의 허한 뱃속을 채워주던 형이었습니다. 우리에겐 거인이고 우상이었습니다. 눈이 온 후 토끼 사냥을 가면 토끼보다 더 빨리 달렸고 산야에 감춰진 먹을거리는 식물학자보다 정통하게 구별하고 찾아냈습니다. 그의 별명은 산귀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서울 외각에서 뒷고기집을 하고 있습니다. 뒷고기란 돼지 도축장에서 일하는 정형사들이 뒤로 몰래 빼돌린 고기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살림방까지 합해 열 평도 안되는 옹색한 공간에서 부인과 함께 고기를 굽는 이유는 생활비 때문입니다. 삶의 의미, 사회 참여, 일할 수 있는 건강에 대한 감사 같은 것은 사치스러운 헛말입니다. 토익점수 700점도 안나오는 늦둥이 딸은 외국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조르고 사업에 실패한 후 종적을 감춘 아들을 대신하여 두 손자와 병치레가 잦은 며느리까지 돌보아야 합니다. 자영업자들은 높은 임대료, 천정부지로 치솟은 재료비, 인건비 등으로 곤란하다고 하지만 이 역시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그의 가게에는 손님 자체가 없습니다. 늘 열흘 굶은 시어머니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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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

 

  

몽마르트 파파의 주인공이 몽마르트 언덕 노천 카페에서 프랑스식 에스프레소 커피와 프렌치 스틱으로 브런치를 즐기고 있을 때 저의 고향 형은 골고다의 언덕과도 같은 곳에서 돼지 머리에서 뽈살, 눈덩이살과 같은 생경한 이름을 지닌 잡고기들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근무한 군인, 공무원, 교사 등은 한 달만 지나면 통장에 300만원 정도가 찍히는 화수분 같은 연금 수급권이 있지만 이 집은 부부가 열 두시간 일을 해도 150만원 벌기가 힘들고 돈은 들어온 흔적만 남기고 빠져 나갑니다. 올해 68세이지만 노후 대책은 가난했던 흥부의 살림살이 만큼이나 계책이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만큼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도 찾기 어렵습니다. 해병대에서 3년을 근무했고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서는 모래섞인 밥을 먹으며 일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세상은 근면 성실한 놈보다 약은 놈이 잘 산다고 저는 약은 놈보다 버티는 놈이 이긴다고 맞장구를 놓습니다. 한 줌의 위로도 되지 않는 라깡식 말장난입니다.

 

그 날은 형수의 말처럼 운수대통한 날이었습니다. 70대 쯤 보이는 노인 열 두명이 왔습니다. 향우회 모임 뒷풀이라고 합니다. 변두리 골목의 선술집 특징은 술이 한 순배 돌면 주객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이죠. 노인들은 시국 이야기와 같은 고담준론을 펼치다가 점차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져 들었는데 공통의 주제는 연금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창이 되어 노인들이 보기에는 고소득자인 특수직역 연금 수급권자들에게 향했습니다. 노인들의 담화는 자신들도 국가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연금에서 소외되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 노인은 예전에는 젊은이들의 버릇 없음, 정치문제 대화만 하다 이제는 연금 이야기만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노인들 모임에서도 국민연금 수급권자와 특수직역 연금 수급권자는 분리된다고 합니다. 연금 불평등 심리가 이제 노인세대들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노청갈등에서 노노갈등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부상할 것 같다는 비관적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인, 국민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의 연금 불평등 심리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연구를 한다고 해서 노인빈곤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리오타르(Lyotard, J. F.)가 제시한 미시담론을 통한 거대담론의 은폐와 억압의 드러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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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otard, J. F.)
 

 

포스트 모던의 조건(La condition postmoderne) 이라는 저작에서 포스트모던을 철학적 개념으로 정초한 리오타르는 근대 사회는 거대 담론을 생산하여 사람들의 차이와 이질성을 억압시키고 은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인 일자리 창출, 세대 통합, 노인의 사회 참여, 성공적 노화와 같은 거대 담론은 사는게 똥이다라고 이야기한 노인의 절대적 고통을 정책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은폐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들의 작은 이야기는 거대 담론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허함을 파고들어 그 곳에 구멍을 냅니다. 그리고 그 구멍이 커지는 것에 비례하여 기초 연금과 국민 연금의 지급액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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