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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자기 이야기와 아우구스티누스(feat. 자문화기술지, 자전적 내러티브탐구, 자기현상학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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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근무 조회4,5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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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연구의 주제와 방법 45

위대한 자기 이야기와 아우구스티누스(feat. 자문화기술지, 자전적 내러티브탐구자기현상학적 연구)

글쓴이: HA연구소장 이근무

 

근래 질적연구 분야에서 자기의 경험을 소재로 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양적연구는 물론 질적연구 분야에도 조용한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신변잡기적 에세이(Miscellany)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평가 또한 엇갈립니다. 자문화기술지(Auto ethnography), 자전적 내러티브 탐구(Autobiographical narrative inquiry), 자기현상학적 연구(Phenomenological self study)는 모두 연구자의 경험을 사회, 문화, 정치적 맥락 또는 실존과의 관계에서 해석하고 기술합니다. 거대담론을 살해하고 작은 이야기를 부활시킨 포스트모던 징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자기로부터의 사유는 역사가 오래되었고 지성사에 끼친 영향력 역시 코페르니쿠스적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기독교신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신학자를 꼽으라고 하면 대다수의 신학자, 종교철학자들은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영어명: Augustine)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유신론적인 실존철학자 야스퍼스(Jaspers, K.)는 아우구스티누스주의가 기독교 전체의 역사라고 했습니다. 그의 고백록(Confessiones), 신국(De Civitate Dei)은 토마스 아퀴나스는 물론 종교개혁자인 루터, 칼빈 등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가 제시한 원죄론, 믿음으로서 알게 됨(以信得知), 악은 실체가 없고 선의 결여로 인한 인간의지의 왜곡이라는 변신론(Theodicy, 辯神論)은 가톨릭, 개신교를 막론하고 정통 교의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사유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지성에서 사유를 출발시킵니다. 헤겔(Hegel, W. G. F.)같은 이는 마치 자신이 세계를 창조한 신처럼 인간과 세계에 대해 설명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키케로, 아리스토텔레스, 심지어 마니교까지 정통했지만 지성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있는 죄에 대해 고민하고, 수치심에서부터 사유를 출발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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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로 보티첼리, 성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에서 그는 어린 시절 배서리를 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배를 훔친 것이 아닙니다. 배가 고파서도 아니고, 배를 팔아 무엇을 사려고 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단지 죄를 짓는 것이 좋아서였습니다. 후일 그는 열일곱살 때 유부녀를 만나 사통하고 사생아까지 세상에 태어나게 만듭니다. 그는 황제의 연설문을 쓰고 라틴어와 수사학에 정통한 학자로 인정받았지만, 자신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죄성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프라안젤리코(Fra Angellico)가 그린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에는 자신이 통제할 수도 없는 절대적 불가항력인 죄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처절한 고통과 침묵의 통곡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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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 안젤리코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

 

죄성으로 신음하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디선가 들려온 집어서 읽어라(Tolle lege)”는 음성을 듣고 로마서 1313~14절을 읽습니다. 회심을 한 후 그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이를 공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영적상태, 목적론적 세계관, 인생의 의미 등을 자신의 경험과 수치심을 대비시켜 밝히고 사랑과 겸손함이라는 기독교 신학의 정수를 완성시킵니다. 고백록3,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9장까지가 자기의 과거와 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기의 경험을 주제로 한 연구를 수행할 때 연구자들이 갖는 두 가지 의문은 첫 번째가 개인적인 이야기가 사회적, 학술적 이야기가 될 수 있는가?’이고, 두 번째가 나의 열등함, 부끄러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입니다. 자문화기술지 연구를 했던 한 연구자는 논문이 공표된 뒤 지인들로부터 무능하고 지적인 열등아가 어떻게 교수가 되었나?”, “교수 별거 아니다라는 뒷담화를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벌거벗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세상과 학문공동체에 단독자로 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경험이라는 자료의 매개 없이 나의 자료로 나서는 것은 분명 아우구스티누스의 위대한 부끄러움을 닮아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간 우리는 나와 세계, 타인, 사회를 철저하게 분리시켰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자기의 내면의 부끄러움을 딛고 단독자로 선 이래 후학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집어 들고 세상을 향해 읽기까지 150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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